뭐 하나 제대로 성취한 것도 없이 2018년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버렸다.

원래 새해 다짐, 신년계획 같은 거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누가 신년계획 세운 거 있냐고 물어보면 별 고민 없이 아무거나 대답하곤 했는데

올해는 한국 나이로 불혹이라고 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너무 계획도 없이 목적도 없이 한심하게 살았던 2018년에 대한 반성으로

뭐 거창하진 않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서 글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상 번호를 매기지만 우선 순위는 없고, 가능하면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세우려고 한다.


1. 주제 상관 없이 블로그에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글쓰기 


2.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좀 더 많은 경험하기 (음악, 미술전시, 독서, 영화, 레스토랑, 레시피, 취미, 여행 등)

  • 한 달에 1권 이상 책읽기
  • 영화도 적어도 2주에 1편 정도는 볼 것 (넷플릭스, HBO)

3. 취침/기상시간 조절하고 규칙적인 생활패턴 몸에 익히기 (늦어도 3시에는 잘 것)


4. 필요없는 물건 (잡동사니, 옷, 화장품, 가재도구) 정리하고 버리기 (난이도 최상)


5. 건강한 식생활 

  •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 유제품 줄이기
  • 채소와 과일 많이 먹기

6. 운동 (맨몸운동 + 요가) 일주일에 2번 이상 하기 (10파운드 감량이 목표)


7. 외국어 공부 (스페인어 아님 이탈리아어)


8. 텃밭 가꾸기 (계획 세워서 제대로)


9. 친구, 가족에 자주 연락하기


두서없이 적다 보니 자잘한 목표가 너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2019년을 뒤돌아 봤을 때 꽤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칭찬할 수 있게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설탕 다이어트 열흘째 중간보고  (0) 2019.02.14
신년계획 실행상황 중간 점검  (0) 2019.02.04
.  (0) 2019.01.13

정말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고 왔다.

버킷리스트 목록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꼭 실황으로 연주를 듣고 싶었던 완소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에 참여한다고 해서 4개월 전부터 표를 사두고 기다렸던 공연. 베를린에 견학 갔을 때 자유시간에 호스텔을 나와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까지 걸어가서 학생증 내고 할인받아 봤던 바르토크의 푸른수염 영주의 성 공연에서 독창자였던 마티아스 괴르네를 13년만에 다시 무대에서 만나서 반갑기도 했고, 세월이 벌써 그만큼 흘렀다는 거에 살짝 슬퍼지기도... 혼자 공연장에 앉아 있으니 10년 전 뉴욕에 살 때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오겠느냐며 월급의 거의 1/3을 음악회랑 오페라에 투자하고 이틀이 머다하고 메트에 출첵하다시피 드나들던 시절이 기억나기도 했다. 카드대금 갚느라 시달렸고 회사 끝나고 피곤에 쩐 상태 그대로 음악회에 가서 꾸벅 졸다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행복했었다.


사실 전쟁 레퀴엠에 대해서는 브리튼에 대한 레포트를 쓸 때 책에서 읽기만 했지 직접 공연을 보거나 음반을 찾아들은 적이 없었기에 공연 전날 부랴부랴 애플 뮤직에서 검색해서 레퍼런스 음반이라고 불리는, 브리튼이 직접 지휘하고 브리튼의 파트너 피터 피어스, 그리고 피셔-디스카우,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부인이기도 한 소프라노 비쉬네프스카야가 솔로를 맡은 앨범을 두 번 정주행하고 갔다.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기에 나치의 공습으로 무너진 성당의 재건 축성식을 위해 의뢰받아 작곡한 곡. 일반 레퀴엠의 라틴어 가사에 제1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윌프레드 오웬의 전쟁시를 교차로 엮어 전쟁의 참혹함과 폭력의 무용함을 가사로, 음악으로 전달한다. 그 폐해가 직접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상황과 국경을 건너려는 남미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을 향해 무차별하게 최루가스를 발사한 트럼프 정부의 잔혹함이 겹쳐져 생각나서 공연을 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먹먹해지기 여러 번.


이안 보스트리지의 연주는 너무 좋았다. 음반처럼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건 공연장의 탓일수도) 프레이징이나, 다이나믹 표현 등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언젠가는 꼭 좀 더 친밀한 소규모 공연장에서 하는 리사이틀(가곡 프로그램이면 더 좋겠고)을 꼭 가고 싶다. 3층이라 음향은 정말 좋았지만 독창자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건 순전히 공연장용 망원경을 사놓고도 가져갈 생각조차 못한 내 잘못이지.


요 며칠 아마존 자체 제작 미드 Mozart in the jungle를 정주행해서인지 지휘자를 평소보다 더 유심히 눈여겨보게 되더라. 작곡가의 의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지휘자로서 연주자들에게 원하는 요구사항을 손끝으로, 몸짓으로 소통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막귀에 음못알이라 음악에 대한 설명은 동영상으로 대신한다. 도입부부터 현악기 선율이 가슴을 후벼파니 주의 바람. 





애플 뮤직 4개월 체험판 신청해놓고서는 정작 음악은 제대로 안 듣고 주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음원 스트리밍에만 이용하다가

열흘 후면 체험판이 끝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것 저것 여러 앨범을 찾아듣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온 조성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피아노 소나타 및 환상곡이 수록되어 있는 음반을 듣고 있는 중이다.

발매일이 11월 16일로 되어있는 거 보니 신보인 것 같다. 검색해 보니 음반 발매 시점에 맞춰 서울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내년 순회공연 일정에 내가 사는 곳도 포함되어 있던데 그러고 보니 계속 예매해야지 마음만 먹고 여지껏 미루고 있었다.


이번에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3위로 입상했던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쿨 본선에서도 연주했던 곡


모차르트의 음악은 가볍게 들으면 단순하고 유치한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해내려면 연주자의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전문 연주자의 피아노 소나타 연주를 들으면 이게 내가 어렸을 적 피아노 학원 다니면서 쳤던 같은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음악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

잠시 노래를 공부했을 때 내 목소리가 모차르트에 잘 맞는 음색이라 모차르트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를 몇 곡 불렀었는데

정말 악보도 간단하고 음, 박자를 익히는 건 정말 쉬웠지만 가사에 담긴 감정을 단순한 멜로디에 실어 부르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이 부르는 Porgi, amor나 마술피리에서 파미나의 아리아 Ach, ich fühl's 같은 곡은 정말 역대급으로 부르기 어려운 노래라고 생각.

그래서 캐슬린 배틀, 바바라 보니, 마리아 조앙 피레스, 미츠코 우치다 같이 모차르트 음악을 정말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성악가나 연주자를 존경한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음반평을 하는 건 무리지만 그래도 간단한 감상평을 한다면 이 음반에서 조성진의 연주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연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리하지 않고 과하지 않은, 물 흐르듯 편안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천진난만함 속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선을 잘 살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은 연주.


앞으로도 모차르트 녹음 계속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리뷰



음반/음원 구입 링크는 여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