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무료 체험 4개월권을 얻어서 며칠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신세계가 따로 없다.

이동식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는 예전 컴퓨터에 있던 음원들을 새 컴퓨터로 옮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룬 지가 벌써 4년이 되었다. 음원 구입보다는 시디 사서 음원을 따서 듣는 편이라 미처 구입하지 않은 음반은 Spotify 피시 버전으로 듣다보니 음악을 1도 듣지 않는 날이 음악을 듣는 날보다 훨씬 많았었는데 애플 뮤직 사용하면서부터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생각나는 음악 검색해서 재생시키고 에어팟 귀에 꽂고 컴터 앞이 아니여도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음.

아쉬운 점이라면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가 부실한 편이고 곡 정보를 한눈에 보기가 어려워서 앨범 전체가 아니라 듣고 싶은 트랙만 찾아 듣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오늘밤에 듣는 음악은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1번.

외국의 한 오케스트라에서 몇 년 전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음악 취향 테스트에서 3악장을 처음 접하고 이거 딱 내 스타일이다 싶어 바로 전곡을 여러 연주자 버전으로 감상.


지금 듣고 있는 음반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오이스트라흐의 녹음이다. 



막귀이고 음알못이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데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이 너무 좋다.

특유의 멜로디 진행과 기묘한 느낌까지 자아내는 화성 전개에 클래식음악 하면 고전음악이나 낭만음악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뭥미일 수 있겠는데 내재된 불안감과 긴장감에서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가 하면 바이올린 협주곡 2번 2악장은 정말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가운데 고음으로 치솟는 멜로디가 슬프진 않지만 가슴을 후벼판다.




프로코피에프하면 또 피아노 협주곡을 빼놓을 수 없고,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도 정말 훌륭하고 (특히 1막의 기사들의 춤은 들으면 아, 이거! 할 정도로 자주 연주되고 삽입곡으로도 많이 쓰인다), 무엇보다도 오페라 전쟁과 평화의 왈츠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 곡들은 기회가 있다면 따로 포스팅하는 걸로. 그래도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가버린 존잘간지남 바리톤 흐포로스토프스키가 안드레이를 연기한 전쟁과 평화 중의 왈츠 장면을 보고 가도록 하자. 프로코피에프 고유의 음악적 색채가 엑기스처럼 담겨있는 곡이라고 생각함. 한 번만 듣고 지나갈 수 없는 마약 같은 음악이라 지금 포스팅하면서 몇 번째 리플레이 중인지 기억도 안 남.



Fortnum & Mason Lapsang Souchong



공식 홈페이지 제품사진. Fortnum & Mason 용기 디자인은 정말 예쁘다



끓는 물에 5분간 우림.


시음후기:

찻잔을 입에 가져다대지 않아도 강한 훈연향이 올라온다. 이 향을 캠프파이어에서 나는 냄새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매우 적절하다.

향은 강렬하지만 마셨을 땐 의외로 부드러운 맛. 끝에는 단맛이 남아 입안을 감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강한 향이 코를 훅 찌르고 들어와 막힌 코를 뚫어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보통 훈연차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데 나는 극호! 

난 보통 점심식사 후에 차를 마시는 편인데 맵거나 짠 맛이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났을 때 꼭 훈연차가 땡기더라.

비오는 날, 밤이 긴 겨울에도 잘 어울린다.

Harney & Sons 버전을 더 맛있게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보니 비교해서 마셔본 적은 없으니 

제대로 된 비교를 위해 담에 Harney에서 주문할 때 Lapsang Souchong도 같이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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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num & Mason Rwanda Orange Pekoe


사진 찍기 귀찮아서 홈페이지 제품사진으로 대신


4.4 oz 잎차


설명: 

르완다의 고지대 계곡에서 차가운 아침이슬과 따뜻한 오후햇살을 모두 받고 자란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 

약간 짭짤한 스낵류에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고 한다.



tasting notes:

mellow, bright


시음후기:

평소 아무것도 넣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는 좀 별로였는데 우유를 넣어 마시니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차는 계속 우유 넣고 마셔야겠구나.

같은 회사의 Ceylon Orange Pekoe를 너무 맛있게 마시고 있어서 영국으로 여행가는 가족에게 기념품 선물 대신으로 부탁했는데 확실히 실론 오렌지 페코가 훨씬 맛있음. 


인구수만 보고 비교하면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 규모가 훨씬 큰데에 비해 미국에는 차 문화가 그다지 발달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유명한 유럽의 티하우스 제품을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신세계나 롯데 등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심지어 Fauchon은 면세점에서도 취급하는데 말이다. 뉴욕에 있던 Fauchon은 이미 오래전에 철수했지만 그나마 주방용품 매장인 Williams & Sonoma에서 포트넘 앤 메이슨의 블렌디드 티를 구할 수 있고, 고급 식료품매장인 Dean & Deluca에서 Mariage Freres 제품 중에 인기가 많은 차 10가지 내외로 들여와서 팔고 있긴 하다. Kusmi Tea는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해서 친환경 건강차 컨셉의 Løv 라인 중심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고. 여튼 아쉬운 것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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